가라리 네히어라/ Garai Nehiora
이번 전시 ‘가라리 네히어라’는 대만의 ‘웨일리 아트’와의 교류전으로 대만 작가 2인과 한국 작가 3인의 그룹전이다.
고려시대 설화인 '처용가'에서 처용이 아내의 다리와 함께 놓여 있는 다른 두 다리를 발견하고 보이는 인정과 체념 섞인 태도는‘해학적’이라는 말로 다 표현되지 않을 만큼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 쉽게 이해 가는 반응은 아니지만 따지고 보면 이해 못 할 것도 없다. 사실 우리가 그 자신이 되어보지 않고서는 그의 마음과 생각이 어떠한지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다. 어떤 상황을 대면하는 ‘나’는 오롯이 혼자이다. 나의 경험, 나의 감정, 나의 인식, 나의 판단, 나의 기억, 나의 정체성은 분명 나만의 것이다. 그러나 그 안에는 나조차 인식할 수 없는 무수히 많은 층이 존재한다. 또한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 내일의 나가 다를 수 있다. 이를 앎에 불구하고 반대로 내가 상대를 바라볼 때는 고정된 틀로 예단하곤 한다. 그만큼 나와 타자를 이해하기란 어렵고 복잡하다. 어쩌면 처용이 발견한 네 개의 다리는 나와 너의 가늠할 수 없는 관계, 숨겨진 기억의 층위이자 역설적인 상징이 아닐까?
'가라리네히어라' 전은 이러한 질문들을 자신으로부터 기인한 상황과 경험으로 풀어낸다. 그리고 작가가 이야기하는 감각적, 공간적, 시간적인 네러티브의 수많은 ‘겹’은 옳고 그름이나 같고 다름을 의미하지 않는다. 나와 타인 그리고 세상을 향한 사유와 답은 결국 관람자의 몫이다.
이수진 : 누구나 한번 쯤은 출구 없는 감정에 빠져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계기가 되는 사건은 쉬이 상상할 수 없는 큰 사건일 수도 있지만, 별것 아닌 일일 수도 있다. 아무튼 ‘내’가 감정의 파도를 겼을 때 그 파도는 무척 거세고 힘들게 느껴진다. 그러나 타인에게는 파도, 그저 파도일 뿐이다. 지난 여름 독일 여행에서 돌아온 뒤 우울증이 찾아왔고, 금방 지나갈 줄 알았던 우울증이 한없이 나를 나락으로 끌어내렸었다. 그때 나는 우물에 빠진 것 같다고 느꼈었다. 그리고 그때 알게 됐다, 이 우물은 ‘나’만의 우물이라는 것을. 깊고 깊은 우물에 빠져 있는데, 나는 철저히 혼자다; 이 우물 안에는 나 말고 아무도 들어올 수 없다. ‘우물’은 개인의 감정과 경험을 토대로 개개인의 실존과 사람들 간의 관계에 대해 고찰해보고자 하는 프로젝트이다. 이 작업은 작가 본인을 포함, 여러 사람의 참여를 통해 이루어진다. 방식은 참가자들이 각자의 경험, 감정을 드로잉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전시되는 드로잉들에는 그림을 그린 당사자의 경험과 감정이 종이 한 장의 앞뒷면에 표현되어 있다. 나의 그림을 예로 들면, 앞면에는 우물이, 뒷면에는 나의 감정이 표현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종이 한 장은 한 개인을 대변하며, 종이의 양면 구조는 ‘나’의 감정과 타인이 그것에 접근할 수 있는 경계면을 보여준다.
김소영 : 한 사람의 인생을 구성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 사람의 선택이 그의 인생을 이끌어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가 선택하지 않은 것들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지도 모른다. 선택되지 않은 부분은 마치 오려진 사진에서의 자국과도 같이, 부재하지만 분명 흔적을 남긴다. 이번 작품에서 작가는 과거의 특정 시간을 현재에 소환해 그 시간 속에 부재한 것들을 가시화한다. 작가가 수집해온 과거의 이미지들 중 특정 부분을 오려낸 나머지를 콜라주로 병합하고, 이를 다시 새로운 레이어로 나눠 공간에 구현한다. 이는 과거의 기억들이 현재와 만나 끊임없이 새로운 기억을 생산해내는 현상과도 같다. 이 작품은 시간을 기억하는 한 방식을 보여주는 것으로, 기억은 매 순간 새로운 무늬로 저장된다.
차미혜 : 1989년 3월 새벽, 기형도 시인은 종로의 한 극장에서 죽은 채 발견되었다. 그가 남긴 작품, 글귀들이 연상시키는 도시의 느낌과 시선을 바탕으로, 영상은 그가 극장으로 향하기 전 걸었을법한 종로의 골목, 거리, 풍경들을 따라간다. 어떤 개인의 시선과 무언가 고집스럽게 응시하고자 하는 마음의 움직임, 심상으로서의 텍스트들을 중첩시키며 불특정 개인들의 내면 서사가 마주치고 교차되는 시공간성을 영상으로 그린다.
Space One in collaboration with Waley Art Gallery present 'Garari Nehiora' with Orlando Huang, Lin Yi-Chi, SooJin Lee, Soyoung Kim and Cha Mihye.
올란도 후앙:
“The Family” : 초기의 여성의 결혼은 대개 부모에 의해 결정되었다. 이 결혼 중 상당수는 그 시절 대만의 정치적 상황을 반영했으며 올랜도 후앙의 연구 대상도 그 중 하나다. 이가족의 아버지는 KMT를 따라 미얀마에서 전쟁에 참여한 후 대만으로 돌아왔다. 그는 많은 돈을 들여 아내를 "샀다". 그들에게는 4 명의 아이들이 있었는데, 자녀들 중 두 명은 퀴어였으며, 그의 아내 역시 마찬가지였다. 남편이 사망한 후, 그녀는 네 명의 다양한 여성과 관계를가졌지만 다시는 결혼하지 않았다. 현장 연구 과정에서 그녀는 네 명의 여자친구 이야기를 계속해서 들려 주었다. 작가는 가족 사진을 통해 여러 시대의 여성을 상징하는 이러한 이야기들을 보여준다. 사진의 맨 아래에는 대만에서 불길함의 상징으로 통하는 흰 발의 검은 고양이가 있는데, 이는 당시 대만에서의 퀴어들의 상황을 표현한다.
“Take Picture in the time tunnel” : Daqiaotou는 1960 년대 타이베이에서 가장 번영 한 지역 중 하나로서 수많은 도매상, 상점, 영화관, 커피숍 및 클럽들로 가득했다. 13명의소녀 들이 이곳에서 자매가 되겠다고 맹세했고, Guo Biao 복장의 검은 옷을 주문 제작한 후 Dadaocheng Club, Jiang Shan Lou 및 Hei Mei Ren 주변의 이발소에서 유행하는 헤어스타일을 했다. 이 지역의 클럽들은 레즈비언이 될 수있는 특별한 공간이 되었다. 그들은 웨이트리스들 과 시시덕거렸을 뿐만 아니라 클럽에 갈 돈을 마련하기 위해 불법으로 술을 양조했으며 향기나는 꽃들을 만들었고 이것들을 나이 많은 매춘부들에게 팔았다. 그러나 낮에는 그들 모두 신발 가게에서 일을 하거나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아버지를 돕거나 빨래를 하고 요리하는 등 평범한 이웃 여성들이었다.
린 이치 : 린 이치와 파트너는 Gaoshung에 위치한 군 부양가족 마을에서 장기 거주 및 현장 조사를하며 생기넘쳤던 장소들이 남겨지고 버려지며 폐허와 공허만 남게 된 여러마을의 부상과 붕괴를 목격했다. 이는 작가가 우리 자신의 신체를 과거로부터 유령을 담는 그릇으로 인식하고 또한 자기행동지시형식(self-acting-directing form)을 능가하는 방식으로서, 그리고 그 영역에서 발생한 경험의 재현을 위한 집회로서의 접근을 가능하게 하였다. 그의 작업에서 보이는 과거와 현재, 사건과 현장, 현실과 가상 사이에서 우리의 몸들은 역사들을 미스테리하고 비이성적인 형태로 재추론하고 재매혹시키는 타인들의 환상 안에 위치해 있다.
Alluding to an old Korean poem <Cheoyongga>, the five artists survey the multiple narratives of a singular entity. <Cheoyongga> reads a story of Cheoyong who comes home from a long journey to find four limbs in his room with his wife. An unusual happening within the usual place, time and happenings become a conclusion of layered consciousness. As Cheoyong chooses to believe the four limbs as an extra pair of an adulterer's legs, we are often quick to judge a situation from my point of view. As is his experience, my emotion, my consciousness, my identity is solely my own as is the layers of 'I's.
The five artists question the 'I' ness in perceiving an unfamiliar situation with the familiar self in its spatial, timely and sensual manner to express the layers between others and I.
*'Garari Naheura': 'I see four limbs'
Soo Jin Lee : I came back from my journey to Germany last summer. I was stuck in a well. I realized this well is ‘my’ well. I am in a deep, dark well and I am utterly alone. I cannot escape on my own, no one can help me, no one can substitute me and no one can come into my well. I draw the feelings or the experience on both sides of the paper. I ask others to draw their experience. I gather these and exhibit them. I show the authentic existence of an individual and the relationship between individual and others based on the experience and the emotion of various people.
So Young Kim : I believe my choices in life lead me down a path. But it seems, the things I do not choose lead my direction. They leave me traces as cutting out photos leave marks. The intaglios of my choices have piled up in my time. I bring a specific time back to present and compose it in the space exposing the layers of intaglio. I show how to remember time and this presents a pattern as a new unit to store the memories.
Mihye Cha : I imagine the Korean poet, Ki Hyeongdo’s last day of his life. He was found dead in the early morning of March 1989 in an old theater in JongRo, Seoul. Based on the images and emotions of the city in his works, I show what has remained and what has changed. I show the alleyways of Jongro that the poet would have strolled at some point. I describe spatial temporality within crossing points of individual's internal narration. I duplicate fragmentary texts and movements of others' minds.
Orlando Huang
“The Family” : I put stories together in a family photo, symbolizing women with diverse personalities in different eras. At the bottom of this photo is a black cat with white feet, a symbol of omen in Taiwanese folklores representing the status of queers in the earlier years of Taiwan.
“Take Picture in the time tunnel” : In 1960s, Daqiaotao was one of the most prosperous areas in Taipei, surrounded by many wholesalers, stores, cinemas, coffee shops and clubs. I tell stories of 13 girls who swear to be sisters here. They customize black suits in Guo Biou Costumes, set fashionable hairstyle in barbershops and hang around Dadaocheng Club, Jiang Shan Lou, and Hei Mei Ren. The clubs become different spaces where they can be lesbians. They flirt with waitresses, brew illegal alcohol, make scented flowers, and sell them to elder prostitutes. During the day, they help their father with the store, work in a shoe shop, or look after the kids, do laundry and cook at home.
Lin Yi-Chi : During the long-term residency and field research in the military dependents’ villages in Kaohsiung, my partner and I witnessed the rise and fall of several villages. They transformed from lively places to waste lands. We offered our own bodies as containers for the ghosts from the past, as a way to surpass the self-acting-directing form with a more séance approach to reenact the experiences that took place in those fields. Between the past and present, the event and field, the reality and fiction, our bodies are placed within the fantasies of the others that re-deduce and re-enchant the histories in a mysterious and irrational form.
작가 소개/ Artist Intro:
이수진은 중앙대학교 사진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빌레펠트 응용학문대학교 사진 미디어 석사 과정을 밟았다. 현재 작가이자 독립 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다. 이미지와 텍스트의 조합을 활용한 작업을 주로 하며, 프로젝트 형식으로 작업하는 경우가 많다.
김소영은 홍익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조형예술 석사를 취득하였다. 시간, 텍스트, 음악 등을 이미지로 변환시키는 작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와 새로이 생성되는 것과 탈락되는 것에 주목한다. 철원과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2015리얼DMZ프로젝트: 동송세월>, 2015페스티발 봄 참가작 <Move! Move! Move!>에서 시인과 협업을 하기도 하였다. 개인전<열한 번째 손가락>(2016, 갤러리175)에서는 평면 안에서 이미지의 요소들이 서사를 전개하는 이미지-서사 방식을 탐구하였다. 현재 서울에 거주하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Orlando Huang 현재 타이베이 국립 예술대학의 대학원에서 Trans-disciplinary Arts를 연구 중이다. 그녀는 게이/레즈비언/퀴어 운동과 대만에 퀴어 이론이 널리 알려지기 전, 대만의 퀴어들이 어떻게 퀴어로서의 존재를 드러내는지를 논의한다. 그녀는 서구의 퀴어 운동과 퀴어 이론의 사회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타 지역의 퀴어 운동과 퀴어 이론을 위한 자원과 전술로서 대만에 도입했을 때 문제가 되는지에 관한 질문으로 시작한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발생한 퀴어 운동의 경험과 퀴어 이론의 컨텍스트가 대만에 완벽하게 부합할 수 있는가? 우리는 서구에서 정의하는 의미로 우리가 누구였는지를 정의하는가? 또는 그들의 퀴어 운동과 퀴어 이론이 우리를 자기-식민지화하는 또 하나의 영역이 되도록 놔 두는 대신, 그들의 이론을 통해 섹슈얼리티와 젠더에 대한 우리 고유의 생각을 창출해 낼 수 있을 것인가? 그녀는 사회학에 대한 학문적 배경을 바탕으로 대만의 일제 치하과 계엄의 시대를 경험한 레즈비언과 현장 조사 방식으로 인터뷰하였고, 어떻게 결혼 후 관계를 유지하는지 그리고 대만의 퀴어 역사에 대한 삶의 네러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Lin Yi-Chi 1986 년 대만 타이베이에서 태어난 이치 (Yi-Chi)는 현재 타이베이 국립 예술 대학 (Taipei National University of Arts)의 미술학과 (Mixed Media)에서 M.A. 프로그램을 공부하고 있다. Yi-Chi는 비디오 아트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장편 영화 영역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이치 (Yi-Chi)의 작품은 많은 큐레이터 프로젝트 및 국제 영화제에서 상영되었으며, 많은 영화제 및 박물관 상 및 콩쿠르에서 수상 또는 상을 받았다.
차미혜 는 각 개체들이 비정형적으로 관계 맺는 방식에 주목하며, 견고해 보이는 기준이나 경계가 모호해지는 지점을 영상, 사진, 퍼포먼스 등을 통해 표현한다. 개인전 <가득, 빈, 유영>(케이크갤러리, 2015)을 비롯하여, <Remembering or Floating>(Atelier Nord ANX gallery, 오슬로, 2017), <Interdisciplinary Art Festival Tokyo>(일본, 2016), < 달, 쟁반같이 둥근 달>(대구예술발전소, 2016), <소실.점>(스페이스오뉴월 이주헌, 2016), <랜덤 액세스 2015>(백남준 아트센터)등 다수의 그룹전 및 영상페스티벌에 참여했다.
Soo Jin Lee is an artist and an independent curator based in Seoul. She studied photography at Chung-Ang University in Korea and finished her Master’s degree in photography and new media at University of Applied Sciences Bielefeld. Her works are composed of images and texts and they are frequently project-based.
So Young Kim obtained her MFA from Korean National University of Arts and BFA from Hongik University of the college of fine arts in Seoul. Her work focuses on errors, missing elements and surplus in the process of change and transmission. Some of her recent shows include a collaboration with a poet in RealDMZProject 2015:Lived Time of Dongsong( Art Sonje Center,Seoul&Town of Dongsong,Cheorwon), 2015 Festival Bom(Move!Move! Move!, Indie Art Hall Gong, Seoul) and a solo exhibition Eleventh Finger(2016, Gallery 175,Seoul).
Orlando Huang is a graduate student at Taipei National University of the Arts, majoring in Trans-disciplinary Arts. She seeks to discuss how queer in Taiwan present to be queer before the Gay/lesbian/queer movements and translating queer theory flourished in Taiwan. Within her academic background on sociology, she interviewed lesbianㄴ who experience the time of Taiwan under Japanese rule and the period of Martial law in a field investigative manner.
Lin Yi-Chi born in Taipei, Taiwan, 1986, Yi-Chi is now studying M.A. program at the Department of Fine Arts (Mixed Media) of Taipei National University of Arts. Yi-Chi has been focusing on video art and also starts to devote to the feature film realm. Yi-Chi’s works have been shown in many curatorial projects and international film festivals, also been awarded or won many film festival and museum prizes and competitions.
-Mihye Cha pays attention to the way each entities marry informally and represents them through video, photo, performance and other media in the potentials where solid standards and borders become vague. Her recent shows/festivals include Full, Empty, Floating (Cake gallery, Seoul, 2015); Remembering or Floating (Atelier Nord ANX gallery, Oslo, 2017); Interdisciplinary Art Festival Tokyo (Japan, 2016); The moon, round like a little plate (Daegu ArtFactory, 2016); Vanishing. Point (Space O’NewWall, Seoul, 2016); and Random Access 2015 (Nam June Paik Art Center, Korea).